3.10 여성의 날 퍼레이드 후 서울역광장 무대 위 발언 내용

오늘 여성의 날 행사, 퍼레이드 후 서울역 광장에서 발언했던 내용 공유합니다. 발언 자체가 계획에 없었던 터라 준비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말이 좀 거칠지만.. 여성단체 활동가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와 지지를 받았답니다!! 저희 진짜 추웠는데, 언니들의 박수에 완전 힘이 났어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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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활동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는 슬럿워크, 잡년행동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발언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부터 헐벗은 여자애들이 벗고 돌아다니며 퍼레이드까지 따라 와서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셨죠?

저희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운동인지는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강간당하지 않으려면 야한 옷을 입으면 안 된다는 캐나다의 한 경찰관의 발언에 반발하는 것으로 시작 된, 성폭력 사건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해자의 책임이며, 피해자의 옷차림, 평소 행실 등을 성범죄의 원인으로 돌리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이지요. 한국에서 지난 7월에 ‘잡년행진’을 한 이후 저희는 현대차 성희롱 부당해고 사건, 재능, 강정, 한미 FTA 등 다양한 분야에 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언론이나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우리들의 정치적인 참여와 기여가 아니라, 여전히 ‘노출 시위’, ‘누드 시위’ 등이었기 때문에 회의도 많이 들었고, 노출이라는 방법의 문제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계속 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나꼼수 코피 사건이 터졌고, 잡년행동이 다시금 회자되며 그 논란을 옹호하는 방식으로 동원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나꼼수는 여성 지지자들을 동등한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남성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눈요기감을 제공하는 존재로 여겼습니다. 그들이 필요로 한 것, 주목한 것은 ‘정봉주 석방’이라는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라 단지 여성의 가슴이었고, 남성인 자신들을 위로할 ‘여성적 역할’이었습니다. 저희 슬럿워크의 메시지가 항상 잊혀지고 저희의 벗은 몸, 노출, 이런 선정적인 것만 기억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사고 방식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단지 우리가 젊기 때문에, 벗엇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실 여성의 정치적 참여는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잊혀 지고 평가절하 되었습니다. 이것은 여기 계신 여성 활동가분들도 모두 경험하셨겠지요. 기존의 사회 운동, 정치 세력에서 여성 운동가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동등한 참여가 아니라 남성 활동가의 생활과 감정과 운동을 ‘뒤에서 돕는’, ‘안아 주고 돌봐 주는’ 아내, 어머니, 누나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여성 활동가는 조직에서 간부가 될 수 없고, 언제나 부차적인 일들을 요구받으며, 여성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됩니다. 여성문제가 생기면 조직은 그 문제를 은폐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 운동으로는 여성의 문제를 절대 해결 할 수 없어 좌절하고, 결국 여성운동 자체로 들어오신 여성활동가분도 이곳에 많으시지요.

이런 현상은, 잡년행동의 행보가 단지 ‘여자들이 벗었다’로 기억 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겨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 여성의 날, 저희는 ‘약속합니다’. 저희는 계속 벗겠습니다. 벗은 여자가, 피해자 행실이 아니라 가해자 탓이라고, 여성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성 활동가는 남성 활동가의 눈요기가, 치어리더가 아니라고, 우리도 똑같이 중요하고 동등한 정치적 주체라고 우리는 외칩니다!

내 몸은 내거다, 손대지 마라!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
페미니즘 때문에 망할 당이면 망해도 싸다!
통합진보당은 정진후의 비례공천 철회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라! 사죄하라!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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